이달의 매거진 루트임팩트
- 임팩트 칼럼 : 세 개의 미국, 세 개의 칼날
- 케이스 스터디 : 함께 만들었던 체인지메이커 컨퍼런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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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선선해 지는 날씨에 짧은 가을이 아쉽기만 합니다. 이번 10월호는 지난 달 성수동을 축제의 장으로 만든 '크리에이티브x성수' 의 컨퍼런스 필드- ‘체인지메이커 컨퍼런스’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다양성과 포용을 주제로 현장을 찾아주신 100여명의 참가자들과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나누었던 영감의 현장을 요약하여 전합니다. 컨퍼런스 연사로 참석하기 위해 뉴욕에서 15시간을 날아온 커뮤니타스 아메리카 팀의 임팩트 칼럼도 함께 읽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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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임팩트의 자매사이자 미국 뉴욕의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을 중심으로 임팩트 생태계를 조성하는 장선문 커뮤니타스 아메리카(Communitas America) 대표가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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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 달간 루트임팩트와 커뮤니타스 아메리카 모두가 참 바빴다. 커뮤니타스 아메리카는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 11기를 론칭, 누적 200여 명의 지역향 사업가를 둔 커뮤니티가 되어 가고 있다. 내셔널 블랙 MBA는 ESG 컨퍼런스를 열어 다양한 인종의 프로페셔널이 함께 헤이그라운드 뉴욕에 모여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했다. 또한 (칼럼 하단에 자세히 다루겠지만) 이달에는 커뮤니타스 10기 창업가가 참가한 ‘주거와 테크(Housing Tech) 컨퍼런스’에서 기본 주거권의 부재와 차별이 ‘세개의 칼날’ 로서 파장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한편 루트임팩트는 9월 한 주 동안 크리에이티브x성수의 컨퍼런스 필드를 주최하며 유의미하게 확대해 가는 성수동 중심의 민관 이해관계자와 함께 다양한 주제로 지속가능성과 지역 개발을 이야기했다. 그 일주일 간의 축제에 초대받은 커뮤니타스 아메리카 팀은 15시간 떨어진 곳에서, 다른 모델로 지역을 중심으로 한 사회문제해결을 고민하는 자매 조직과 연결점을 찾을 수 있었다.
다양한 인종, 포용하는 커뮤니티
9월 23일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열린 컨퍼런스는 기업, 학계, 개별 사례 등 다각도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커뮤니타스 아메리카는 ‘다양한 인종, 포용하는 커뮤니티’라는 제목으로 지난 5년, 헤이그라운드 뉴욕을 지으며 직접 겪은 하이퍼로컬 커뮤니티의 사례를 공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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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세션을 준비하면서 고민이 많았다. 서울과 뉴욕을 모두 겪은 필자 입장에서는, 양쪽 문제가 확연히 달라 보였고, 그러므로 보여지는 솔루션도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케이스 발표는 통상 성공 사례를 공유하여 배울 점을 전달하던데, 불확실한 미래를 가지고, 조직 최적화라는 미명하에 끊임없이 바꾸고 또 바꾸고 있는 현재진행형 커뮤니타스 아메리카 사례가 주말 오후 시간을 투자한 컨퍼런스 참가자에게 필요한 정보일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뉴욕시의 ‘하이퍼로컬’ 커뮤니티의 문제를 서울시의 ‘하이퍼로컬’인 성수동에서 듣는 기분이 어떨까? 양쪽 모두 메인스트림이 아니지만, 메인스트림에 영향을 줘야 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따라서 그 양쪽의 목소리가 같이 힘을 내어 시너지가 나길 바랐다. 뿌리 깊은 인종 소외든, 세대 간 균등 기회 박탈이든, 지역 간 자원 분배 문제이든,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차별을 겪으며 지낸 당사자를 지역과 문제 차원에서 들여다 보고, 기업 및 학계에서 그 숨겨진 혁신성을 알아보고 동참해 주길 바란 컨퍼런스였기 때문이다.
커뮤니타스의 프로그램은 민관학계에서 우리의 숨겨진 혁신성을 조금씩 알아봐 주는 파트너와 함께 만든다. 지난 4-5년간 꾸준히 200명의 교육, 보건, 금융 등을 위해 일하는 흑인/여성 중심 지역 창업가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지역 창업가의 다양성만큼이나, 다양한 지원을 지속한 덕에 꽤 소속감이 높은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다고 본다. 커뮤니타스와 함께 하는 뉴욕주를 중심으로 한 관 중심 인큐베이터는 주로 소재, 제조, 농경 및 기후에 집중한다. 뉴욕시로 내려오면 관보다는 민간 중심으로 협업하고 있다. 특히 로빈후드재단의 블루릿지랩, 에드윈굴드 재단, 데이빗프라이즈 등 우리와 가까이 협업하는 몇몇 민간 재단은 우리와 유사하게 흑인/여성 중심 창업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모두 필란트로피 성격이 강하다. 지난 2-3년 간 지역 창업가를 통해 바텀업 협업을 자연스럽게 만들었던 두세 기관과 2024년에는 보다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만들어 지역 창업가 지원을 전략적으로 체계화할 계획을 함께 만들고 있다. 또한 컬럼비아 경영대학원과 포용적 기업가 정신(Inclusive Entrepreneurship) 수업을 신설하여 두 학기째 운영 중이고, 더불어 소외 낙후 지역 커뮤니티 창업가 연구를 시작했다. 2024년에는 첫 결과가 나올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최초가 유일이 되지 않도록
필자가 커뮤니타스의 3분기 파트너 레터에도 적었듯이, 2020년 공식적으로 커뮤니타스 살림을 맡으며 다각도로 고민했던 것은, 양 자매 조직 간 유의미한 연결 지점을 찾는 것이었다. 그래서 왜 이걸 하는 거지? 라는 질문을 스스로 끊임없이 했던 것 같다. 팬데믹, 블랙라이브스매터(Black lives matter), 아시안혐오범죄 등을 겪으면서 인종 및 지역 간 격차가 아픈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마당에 다양성과 포용성의 목소리는 그저 순진무구하게, 힘없게 들릴 때가 많았다. 이걸 왜 하는 거지? 의 질문은 이걸 할 수 있는 건가? 라는 자조 섞인 질문으로 확대돼 갔다.
다행히 9월 23일 성수동 컨퍼런스에서, 특히 ‘다양한 조건, 포용하는 일터 : 최초가 유일이 되지 않도록’이라는 세션을 들으면서 답을 조금은 찾았다는 느낌이 든다. 루트임팩트나 커뮤니타스 아메리카가 지향하는 사회적 혁신이라는 것은 사람 사는 이야기 같아서 깔끔하게 재단된 솔루션 제시는 어렵다. 모호한 구역이 넓을수록 솔루션을 조금씩 찾아볼 수 있는 업이라는 생각이 오히려 들기도 한다.
무의 이사장 홍윤희 님과 재단법인 동천의 변호사 김진영 님, 장애인 교원 노조를 만드신 신명중학교 선생님 김헌용 님, 피플라의 CEO 조은영 님이 참여했던 해당 세션은 지난 4-5년간 꼬리에 꼬리를 물던 내 의심과 질문에 힌트를 준 시간이었다.
각자의 다양성을 지닌 패널들은 현재 몸 담고 있는 영역에서 ‘최초’로 알려져 있지만 더 나아가 ‘유일’한 사례로 남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보다 많은 이들의 다양성이 존중받고 포용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제도와 규제 등 시스템에 영향을 주면서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활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생생한 경험담이 시종일관 유쾌하게 이어졌지만, 해당 분야에서 최초가 되기까지 과정을 상상해 보자면 존경의 마음이 든다. 커뮤니타스 아메리카 또한 네트워크, 자본, 파이프라인 등 창업 자원의 부족함을 말하는 지역 창업가들이 '최초'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지만, 더불어 '유일'함으로 남지 않도록 시스템의 변화를 파트너와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고 다짐한 부분이었다. 더 나아가 우리가 지역 창업가의 커뮤니티를 조성에 타 민관 기관 대비 노력을 더 쏟는 이유는 최초가 또 혼자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자각 때문이기도 한다. 최초가 유일이 되지 않게, 최초가 혼자가 되지 않게 만드는 노력은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여 지금은 모호할지 몰라도, 나아가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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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4회를 맞은 체인지메이커 컨퍼런스의 주제는 다양성과 포용입니다. 우리의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양성은 어떤 모습인지, 이를 포용하는 일터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 커뮤니티, 문화, 조직과 제도 등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는 시간이었는데요, 그 생생한 현장으로 초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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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 1] 다양한 인종, 포용하는 커뮤니티 - 헤이그라운드 뉴욕의 이야기
“어떻게 다양성과 포용성을 성공적으로 정의 내릴지 생각해 보면, 커뮤니타스 아메리카는 혼자서 잘 나가는 게 아니고 함께 만드는 성공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성공을 같이 축하를 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그래서 결국 그 성공이 지역 커뮤니티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저희가 생각하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아우르는 문화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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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그라운드 뉴욕의 탄생
커뮤니타스 아메리카는 2018년 만들어진 루트임팩트의 자회사이자, 미국 뉴욕에 위치한 비영리 조직입니다. 뉴욕의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의 취약계층 중심으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특히 유색 인종, 여성들의 창업가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을 통해서 다양하고 포용적인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미션으로 합니다.
뉴욕의 경우 밀도 때문인지 지역 간 격차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 프로그램 출신 창업가가 200명 정도 되는데, 그중 70%가 주거하고 있는 사우스 브롱스의 경우 중간가계소득이 2만 불을 조금 넘는 수준이에요.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2400만 원 정도가 연간 소득인 셈이죠. 브롱스는 코로나19 시기에 가장 많은 환자가 나온 지역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지하철을 타고 30분만 내려오면 약 10배 정도의 중간가계소득을 기록합니다. 지하철을 타고 30분이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거리 안에서 빈부격차, 소득 격차가 크게 일어나고 있고요. 이것이 결국 교육, 보건, 금융 등 사회 전반에 있어 다양한 격차 문제를 만들어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올해 3월에 할렘에 헤이그라운드 뉴욕을 공식 오픈하고 이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어요. 이 지역은 뉴욕에서 무척 소외된 곳이지만 동시에 최근 오피스가 많이 지어지고 있고, 헤이그라운드가 위치한 할렘에서 5분만 걸어가면 글로벌 학생들이 많은 컬럼비아 경영대학원도 만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매일 3개의 미국을 만나는 기분이 들어요. 헤이그라운드 뉴욕은 이처럼 다양한 인종과 배경, 경험이 섞여있는 곳에서 지역 커뮤니티 창업가 생태계를 만들어내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선 저희를 도와주는 파트너, 후원자들과 함께 커뮤니타스 벤처스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걸 통해서 창업자를 직접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했어요. 이 과정에서 굉장히 철저하게 지역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활동을 하는 것을 창업자의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요. 저희가 뉴욕주에서 인증을 받은 비즈니스 인큐베이터인데요. 5년밖에 안 된 신생 조직이 뉴욕주에서 인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저희가 전략적으로 집중한 부분이 유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욱더 유색 인종일 것, 더욱더 여성일 것, 더욱더 저소득 계층에 집중할 것. 의도적으로 브롱스와 할렘 중심의 창업가들을 리서치했어요. 이들은 70% 정도가 여성이고, 대부분이 유색 인종이에요. 특히 흑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유색 인종이 많기 때문에 이들이 커뮤니타스 벤처스를 자신의 커뮤니티라고 느끼게 하는 감각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런 부분을 염두하고 커뮤니티를 의도적으로 디자인했어요. 예를 들어 강사로 고용한 대부분이 흑인이에요.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있고, 그 배경에서 성공한 분들을 통해서 참여자들이 안전하다는 감각을 느끼고 마음을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거죠. 10주가 지나면 발표 자료를 만들어서 투자자 앞에서 피칭을 하는데요. 지금까지 총 11기, 195명의 지역 창업가들이 굉장히 끈끈한 커뮤니티를 만들면서 참여해 왔습니다.
포용하는 커뮤니티가 일궈낸 성과
커뮤니타스 벤처스 출신의 창업자들이 지역 문제를 어떻게 풀고 있는지, 대표적인 사례를 몇 가지만 소개해드릴게요. 우선 포용적인 교육환경을 만드는 벤처를 운영하는 조이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원래 미술 선생님이었는데요. 학생들을 가르칠 때 자화상을 그리라고 하면, 45분 수업 시간 중에 30분을 자기 피부색 물감을 만드는 데 30분을 허비하는 걸 보게 된 거예요. 그러면 수업의 질이 굉장히 떨어질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12개의 스킨 컬러가 있는 물감을 만들었어요. 헤이그라운드 뉴욕을 통해서 다양한 관련 워크숍도 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저소득층 유색 대학생들의 학자금 융자를 혁신하는 플랫폼을 만든 창업자, 특허 출원 중인 디바이스를 통해서 식수 문제를 해결하는 여성 과학자 등 다양한 지역 창업가가 배출되었습니다.
제가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은 지역 커뮤니티 중심의 창업가들은 지역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풀고, 사업 이득이 지역 커뮤니티로 돌아가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떻게 보면 당장의 기업 생산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크게 보면 지속 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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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 2] 다양한 직원, 포용하는 조직 - 글로벌 기업의 다양성과 포용성
- 윤명옥 한국GM 전무
- 전양숙 이사 / 유한킴벌리 지속가능경영부문 ESG&Communication 본부장
- 민혜경 구글코리아 인사총괄
- 이보라 고려대학교 교수
“다양성은 기업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관점, 다양한 강점,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모이면 덜그럭하기는 하거든요. 그러니까 다양성만 갖춘다고 되는 게 아니라, 그걸 잘 활용할 수 있는 문화가 중요하고 그게 포용이라고 봅니다. 포용이라는 문화의 토대를 잘 갖추면 다양한 사람이 갖고 있는 것들이 의미 있게 충돌하고 섞이면서 굉장히 좋은 뭔가가 나오거든요. 그런 게 혁신이고요. 그런 측면에서 다양성은 결국 회사의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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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포용성을 위한 구글의 특별한 채용
민혜경 구글은 모든 사람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터로 만들어야 한다는 과정으로서, 장애포용성 프로젝트가 시작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구글 채용의 특별한 점은, 장애인을 위한 직무를 따로 만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럴 경우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업무는 따로 정해져 있다'라는 편견을 만들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포용적 일터를 만들고자 하는 회사라면, 질문을 다르게 해 보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스스로 “어떻게 하면 역량 있는 누군가가 장애의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우리 회사의 어떤 직무든지 수행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어요.
내부적으로 포용적인 직무설명서를 스크리닝 하는 과정도 오랫동안 진행하고 있는데요. 장애와 관련해서는 직접 장애인 직원들에게 의견을 물었어요. 그랬더니 먼저 장애인에게 프렌들리 한 일터라는 느낌을 줬으면 좋겠대요. 그래서 모든 직무설명서 밑에 "구글은 모든 장애인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를 넣었어요. 별 것 아닌 듯 보이지만, 면접을 통해 입사한 장애인 직원들에게 들어보니 굉장히 강력한 시그널이라는 거예요. 그리고 저희가 영어 사용을 필요로 하는 직군이 많다 보니 ‘ability to read and speak English’’라는 조건을 넣거든요. 과연 이 표현은 뭐가 문제일까요? 그러니까 굳이 speak가 필요하냐는 거예요.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하면 되지, 굳이 ‘read and speak’’라고 쓸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듣고 수정했어요. 이렇게 채용의 모든 과정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더라고요. 알면 알수록 배워야 할 게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여전히 배우면서 실행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한국GM이 구성원 평가에 다양성과 포용성을 녹이는 방법
윤명옥 기업 문화는 결국 거기 속한 사람의 행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조직의 구성원을 평가할 때 우리가 원하는 문화를 행동으로 실천한 직원에게 좋은 평가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인재를 평가할 때 두 가지 축이 있어요. 하나는 흔히 알고 계시는 퍼포먼스죠. 내가 내 일을 얼마나 잘했나, 성과를 얼마나 만들었냐는 기준이 있다면 다른 한 축에는 behavior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영업을 담당하는 사람이 목표를 초과 달성했어요. 그런데 만약 부정한 방법으로 했거나, 회사에서 이야기하는 behavior에 맞지 않는 행동을 했다면 그 사람은 톱퍼포머가 아니에요. 그래서 저희는 퍼포먼스 리뷰를 할 때 GM behavior라는 7가지 항목에 대해 매니저가 평가를 해왔는데요. 2020년에 Be Inclusive라는 항목이 추가되었어요. GM Recognition이라는 칭찬 제도를 운영하는 사이트에서도 Inclusive 함이 기준으로 제시되어 있는데, 이후 이 항목으로 칭찬받는 직원들도 많이 늘어났습니다. “포용을 잘하면 회사가 나를 높이 평가하고, 이런 사람이 회사가 원하는 인재구나” 하는 메시지가 전달되는 거죠.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노력이 제품 개발까지 이어진 유한킴벌리
전양숙 유한킴벌리는 국내에 여성 용품 브랜드를 소개한 첫 회사입니다. 1970년에 회사가 만들어졌는데, 영업사원이 월경 용품을 판매하면 '재수없다'고 하던 시대였어요. 그래서 학교를 대상으로 인식 개선을 위한 월경 교육을 꾸준히 펼쳤죠. 그런데 한번은 특수학교 보건교사분에게 연락이 왔어요. "발달장애 아동들은 영상 같은 걸 보여준다고 해서 교육이 되지 않습니다. 직접 경험해야 합니다."라면서요. 그 이야기를 듣고 그동안 저희가 장애 여성에 대한 고민은 하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죠. 생리대 사용 교육 자료를 제작하여 무료 배포하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교육 자료로만은 한계가 컸어요. 장애 아동이 어떻게 생리대를 사용하는지 살펴보고, 필요한 점들을 반영하면서 결국 제품을 개발하게 되었어요. 시행착오 끝에 패드 모양을 팬티에 그려 넣어서 가이드를 따라 붙여 쓰도록 제작한 거죠. 이 과정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이 장애아동뿐만 아니라, 모든 초경하는 아이들에게 필요하겠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생리팬티’라는 제품명도 교사 분들로부터 공모를 받아 지은 것인데요. 편견 없는 워딩을 사용하고자 최선을 다했어요. 이 작업은 계속 진행 중입니다. 예를 들어 생리대 교체를 돕기 위한 매뉴얼 영상을 아동용, 학부모용으로 나누어 만들어 배포 중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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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 3] 다양한 정체성, 포용하는 문화 - 탈북 소년들의 K팝 보이그룹 도전기
“사람이 어디서 왔고, 어떤 나라나 문화권에서 살았든 우리에게는 인간으로 공유하는 가치와 감정이 있습니다. 그것은 더 나은 내일을 소망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이 있고, 이런 스토리를 녹여내는 음악을 할 수 있다면 세상 누구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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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메가 히트를 거두면서 K-POP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음악 시장이 되었습니다. 현재 한국 음반 시장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음반 시장이에요. 그리고 팬데믹 동안 음악 시장이 하향세를 보였거든요? 그런데 한국 음악 시장은 그동안 홀로 유일하게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고, 작년에는 한국 음악 시장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음악 시장이 되었습니다.
상당히 많은 기획사가 K-POP이 어떻게 보면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었던 한국이라는 지역적, 문화적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을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 예로 가장 좋았던 케이스는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 셀프 캠페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정신 건강이라든가 지속 가능성 같은 주요 ESG 지표들이 외국의 젊은 세대들에게 상당히 중요한 가치로 인식되고, 그러한 가치로 인식되는 캠페인이 전 세계에서 큰 히트를 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거죠. 그래서 인종과 문화, 종교와 상관없이 멤버들이 모였을 때 어떤 일이 이뤄지는지 테스트해 보고, 지속 가능하게 퀄리티 있는 K-POP 콘텐츠를 제작하는 세계적인 플랫폼으로 발돋움을 시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일환으로 저희가 준비하고 있는 팀이 바로 탈북 소년들이 포함된 보이그룹입니다.
사실 탈북민이나 북한이라고 하면 지금까지 매체에서 많이 보여졌던 가난과 굶주림, 독재 등의 키워드를 먼저 떠올릴 텐데요. 저희는 이 친구들 개인의 스토리, 휴머니티에 포커스를 두고자 합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와 가장 가깝지만 먼 곳에 살고 있는, 우리와 가장 접점이 가장 없을 것 같은 탈북민들과 함께 K-POP 보이그룹을 만들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선보이려는 이 친구들로 대표되는 것은, 결국 K-POP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다양성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회사 차원에서 성공도 너무 중요하지만, 이 친구들이 사회에서 음악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사람들과 공유하고 사람들이 그 이야기에 공감을 해줄 때, 아주 파워풀한 변화의 물결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미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의 우당탕탕 탈북 소년들이 포함된 K-POP 보이그룹은 내년 중순쯤 소개해드릴 수 있을 것 같으니 많이 기대해 주세요. 일단 미국에서 먼저 데뷔를 하고, 한국으로도 진출할 계획입니다. 한국으로 진출한다니 말이 재미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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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 4] 다양한 조건, 포용하는 일터 - '최초' 가 '유일' 이 되지 않도록
- 조은영 피플라 대표
- 김헌용 신명중학교 교사 /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위원장
- 김진영 재단법인 동천 상근변호사
- 홍윤희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
“저는 우리 사회가 장애를 부정하는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어느 정도 장애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있는데요. 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장애를 긍정하는 시대로 갔으면 좋겠고요. 부정에서 긍정으로, 긍정에서 인정으로 가는 게 다음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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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터, 내가 일을 선택한 이유 조은영 주식회사 피플라를 운영하고 있는 청각장애인 사업가 조은영이라고 합니다. 저는 패션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친환경, 오염에 대해서 리서치를 하는 일이 많았고, 다양한 의제를 전파하면서 파타고니아 같은 환경 친화적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환경에 영향을 덜 끼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생겨서 처음으로 창업을 고민했습니다.
김헌용 신명중학교에서 근무하는 김헌용이라고 합니다. 저는 2010년도에 서울에서 영어 교사가 되었고요. 당시에 사례가 드물다 보니, 시각장애 1급 최초의 영어 교사라는 타이틀을 받게 됐었습니다. 우리 학생들에게 교육을 하면서 영어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포용성과 다양성을 함께 가르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가 직업을 선택했다기보다는 국가 계획에 따라서 양성됐습니다. (웃음)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사실 많은 사람이 자기 자신의 정보, 재능을 살리기를 원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에 타협해야 하는 점도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저는 장애인 의무 고용 제도에 따라서 처음으로 교사가 된 1세대 중 하나입니다.
장애인 교사들끼리 모여서 장애인교원노동조합을 만들게 됐고요. 현재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저희 내부의 결속을 다지면서 동시에 교육부를 상대로 교섭을 계속 끌어 왔습니다. 올해 6월 2일에 드디어 단체협약이 체결이 되었고요. 덕분에 장애인교원노동조합으로서 세계적으로도 최초의 노동조합이거니와, 세계적으로 최초의 단체 협약을 체결하게 되었습니다.
김진영 저는 재단법인 동천에서 공익 전담 변호사로 일하는 김진영 변호사라고 합니다. 제가 장애인 당사자이기도 하고, 학창 시절 주변에 성폭력에 시달린다든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사회적 약자들을 보면서 나도 뭔가 도움을 많이 받고 사는 사람이니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결국에는 돌고 돌아서 법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재단에서는 주로 장애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최소한을 넘어 참여와 보장의 일터로 나기 위해 필요한 인식과 제도 김진영 얼핏 보면 차별하지 않음과 사회참여가 같은 말인 것 같지만, 저는 양자 사이에 문을 잠그지 않는 것과 활짝 열어놓는 것만큼의 간극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정책과 제도를 디자인함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를테면 차별하지 않는다는 건 “네가 우리 집에 오더라도 내가 너를 때리지 않아”라고 이야기하는 거라면, 참여를 보장한다는 건 “우리 집에 와, 초대할게”라고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 기존의 법 제도들의 관점은 “때리지는 않을게, 열심히 노력해 봐”예요. 참여를 보장하지는 않죠. 그래서 관점 자체를 바꿔야 하는 것 같아요. 객체가 아니라 주체로 장애인들도 참여시켜야 해요. 특히 시험 제도 같은 경우, 응시생 편의 제공을 마련함에 있어서 장애학생이 직접 들어가서 논의한 적은 한 번도 없거든요. 장애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논의 및 설계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주체를 포함시키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김헌용 학교는 공공기관이죠, 대표적인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편의증진법 같은 법률을 아주 잘 준수하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도 설치율이 높고, 경사로도 있죠. 그런데 여러분 학교에서 학부모 공개 수업 같은 거 하잖아요? 이때 휠체어를 탄 학부모가 학교에 와서 자녀의 수업을 보는 모습이 상상이 잘 되시나요? 또는 청각장애인인 학부모가 담임 교사하고 상담할 때 학교에서 통역을 지원해 주는 모습이 상상이 되시나요?
학교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모든 법률을 준수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많은, 보이지 않는 장벽이 아직 있다는 거예요.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는데도 휠체어를 타는 부모가 학교에 오지 않는 이유는 무언의 압박 같은 게 있다는 거죠. (중략) 장애인이 일자리를 갖게 되면 장애인 고용이라고 부르지, 장애인 노동이라고 부르지 않아요. 비장애인들은 취업을 하고 퇴사를 합니다. 장애인은 고용이 됐다가 고용이 종료됩니다. 장애인의 관점이 아니라 사용자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거예요. 우리의 인식은 언어를 통해서 나타나는 법인데, 사회적으로 사용되는 언어뿐만 아니라 가볍게 주고받는 말속에서도 장애인을 무시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생각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말을 하지 못하게 막아서는 안 됩니다. 실수도 할 수 있다는 걸 전제하고, 우리가 어디에서 인식이 멈춰 있는지를 확인하지 않으면 그다음으로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일터의 포용성을 늘리기 위해서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부터 점검하고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들, 예를 들면 학교 안 공간이 포용적인 공간이라는 편견부터 깨야 합니다.
조은영 장애 당사자분들이 회복 탄력성, 공동체에 대한 부분을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다름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확신을 갖고 있는 편입니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장애나 어려움을 솔직하게 드러낼 때 오히려 더 이해해 주고 커뮤니케이션도 수월해지더라고요. 특히 창업가들은 정말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잖아요. 저와 비슷한 초기 창업자분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느끼는 건, 다들 우울증이나 번아웃 등을 겪고 계시는데 외부에 이야기하는 걸 꺼려하더라고요. 저는 한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취약성, 회복 탄력성, 공동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는 느낌을 받았고요. 주기적으로 어려움을 토로하고 서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게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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